파이널 판타지 XII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잡상
 

근 2개월 만의 포스팅. 뭐 2개월 연속 예의 ‘엄청 무지막지하게 유명하고 잘나신’ RPG님의 공략에 치여 회사 - 집에 와서 애니 감상 or 마비노기 던전 한 두 바퀴의 일상을 보낸 탓에 포스팅이고 나발이고 붙들고 앉아있을 여지가 없었다…. 사실 정신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급조하는 포스트만큼 못 봐줄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그렇다고 가볍게 감상을 적을만한 에로게나 영화 등을 즐길 여력도 없었으니-_-;


이하 두들기려고 하는 글은 근 2달을 질리도록 붙잡고 있었던 파이널 판타지 XII 라는 작품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이다. 사실 공략, 혹은 기획 쪽에 싣고 싶었던 이야기도 많았지만 공식 지면이라는 입장 아래에서는 역시 할 수 있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는지라…. 꽤나 자제가 안 되는 이야기로 흘러갈 듯하니 파이널 판타지 XII 광 팬인 방문객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해두겠다.

 



 - 대세는 하루히!! (....하지만 본인은 나가토 파-_-)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넘어가자면, FF XII는 ‘잘못된 조합에 의한 불완전한 결과물’이라는 것이 본 블로그 주인장이 받은 인상의 요점이다.


전작 FF XI - 파판 온라인은 (사실상 일본 한정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호응을 얻었고, 스퀘어에닉스 측에서는 콘솔 게임에서 일종의 터부로 취급되어왔던 장대한 세계와 메인 시나리오의 흐름을 가볍게 능가하는 규모의 부수적 퀘스트 등이 유저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 질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본다. 그러한 전작의 영향을 받은 FF XII에는 MMORPG적인 요소가 넘치도록 투입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FF XII는 콘솔용 RPG라는 한계에 묶여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성격의 부조화는 전투 시스템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즐겨 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FF XII의 필드는 미치도록(…솔직히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넓으며, 전투는 필드 위에서 세미 리얼타임으로 진행된다. 필드 상을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은 플레이어 측이 일정거리 이내로 들어오면 ‘인식’하며, 충분한 거리를 두면 피해가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필드 구성 및 전투의 도입은 여러 MMORPG에서 채용되어 있는, 어떤 의미에서는 스탠다드라 할 수 있을 방식이다.


하지만 전투 도입 후의 전개는 이야기가 다르다. 플레이어 측은 적이 ‘인식거리’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커맨드를 입력해야 액티브 게이지가 차오르기 시작하며, 액티브 게이지의 차지가 끝나야 행동이 발동된다. 입력과 행동 사이에 벌어지는 약 1~1.5초의 갭. 이것은 게임의 조작감을 직관적이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동시에 플레이 감각을 MMORPG의 리얼타임에서 콘솔의 세미 리얼, 혹은 언리얼타임으로 끌어내리는 족쇄가 된다.


사실 ATB 시스템과 MMORPG 스타일의 필드 전투를 한 공기에 넣고 비벼내려 했다는 것 자체가 제작진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지만…(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울온이나 디아블로 정도만 제대로 즐겼더라도 이런 판단 미스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이러한 미묘하게 톱니바퀴가 어긋나 있는 구성 탓에 FF XII의 전투 진행은 상당히 삐걱이며, 액티브 모드와 갬빗을 활용해서 최대한 리얼타임 전투의 특성을 살리려 해도 조작의 수동성과 ‘발동된 공격판정의 거리무시’ 등에 의해 박진감과 전략성이 사라져 버린다.


조작의 수동성 - 갬빗에 의한 유저의 직접 조작 개입을 어렵게 한 것 또한 게임이라는 유희의 특성을 간과한 부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임은 ‘버튼 입력이나 커맨드 선택 정도에 그치더라도 유저의 의사가 개입되기에’ 다른 유희와 차별화된 감정 이입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FF XII의 갬빗 시스템은 ‘지나칠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기에 - 조금만 신경 쓰면 상태이상, 일정치 이하의 HP 회복, 적의 속성 약점에 의한 공격(라이브라로 속성을 파악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약점 속성 마법을 사용해준다), 적의 HP 수치에 따른 전략적 판단까지 처리해 준다. 게다가 직접 조작보다 갬빗에 의한 자동 제어가 인식거리 내 적 파악 및 선제공격 속도가 월등히 뛰어난지라, 갬빗이 충분히 갖춰진 후반부에 유저가 할 일은 아날로그 스틱에 의한 이동, 그리고 드물게 발생하는(…이것은 갬빗 설정에 구멍이 있다는 이야기) 위험 상황에 대한 대처 정도로 한정되어 버린다. 거기에 ‘이미 입력된 공격은 이후 조작으로 거리를 벌리더라도 거리 차이를 무시하고 대미지, 혹은 효과가 들어간다’는 리얼 타임 / 필드 직접 조작의 특성을 싸그리 무시하는 시스템 탓에 플레이어의 직접 조작은 한층 빛이 바랜다(적과 아군이 서로 인식하도록 자리만 옮겨준다… 는 정도가 된다고 할까).


전투 중 ○버튼을 눌러 ‘たたかえ’를 입력. 제작진은 이것을 귀찮고 무가치한 동작으로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 단순한 조작은 유저의 의사에 의해 전투가 진행되며 플레이어의 조작으로 매 차례의 동작이 결정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그 리듬을 얼마나 적절히 제어하느냐는 게임의 플레이 감각 전체를 좌우하는 요소도 된다. 이러한 플레이 감각이 애초에 ‘상실’되어버린 FF XII의 중반 이후 전투는, 난이도 문제를 차치하고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졸음이 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상의 문제 및 제작진의 의식 부족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최후반부의 숨겨진 보스, 파브닐 / 파일라스터 / 킹 베히모스 / 마신룡 / 야즈매트 / 오메가 mk XII 등과의 전투. 이러한 보스들은 한번에 줄 수 있는 대미지가 9999를 못 넘기는 이 게임에서 200만 이상, 최고 5천만이 넘는 HP를 보유하고 있으며, 어지간한 최강장비, 스킬을 전부 익힌 파티라도 수 시간 단위의 전투를 거쳐야 쓰러트릴 수 있다. FF X 인터내셔널의 데어 리히터도 징했지만, 이번 작품의 야즈매트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양반이랄까.


게다가 엄청난 박력과 순간순간 전멸의 위기로 몰아가던 이전 작품의 숨겨진 보스들과는 달리, FF XII의 숨겨진 초강력 보스들은 공격력 면에서 평이하기 그지없다. …뭐 그야 한나절 가까이를 치고받아 HP 5천만을 깎아내야 하는 적이 한방에 아군을 사그리 데들리(…)로 만들어버려서야 이야기가 안 되겠지만, 어떤 공격도 아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못하고 그저 지리한 공방을 반복하게 만드는 수준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본 블로그 주인장의 경우, 야즈매트 전에서는 적당히 상황 안정되어 있는 걸 확인한 뒤에는 밀린 애니메이션 감상 및 선잠으로 시간 때우다가 클리어했을 정도.


MMORPG의 레이드를 따라 할 생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전투 방식 / 인원 자체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구력만 미치도록 올라간 적과의 전투는 지루함을 극대화시키는 것 이상은 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 외에도 특정 보물상자에서 일정 확률(10% 미만;)로만 나오는 최강장비, 게임 진행 중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고 왔어야만 얻을 수 있는(그것도 그 시점까지 와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최강장비 등은 제작진 측이 콘솔용 RPG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를 의문스럽게 만들어주는 구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장대한 필드와 불편한 이동수단 구성 또한 문제. MMORPG를 답습하려 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리얼리티에 얽어 매여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FF XII의 각 필드는 질리도록 넓으며(FF X의 나기 평원 정도는 FF XII의 가장 좁은 필드의 1/3에도 못 미친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은 무미건조한 전투뿐이다. 게다가 고속 이동수단인 쵸코보는 대여전용에 한번 대여 시 3분 한정, 비공정은 특정 지점에만 착륙 가능하다. ‘광대한 세계를 몸으로 체험하라’라는 의미였는지 모르지만, 단지 장대할 뿐 이여서야 아무런 감흥도 없고 거기에서 뭔가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되면 짜증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돈이 아닌, 아이템으로 떨구는 몬스터의 신체 일부를 팔아서 돈을 모아야 하는 시스템이나 직접 말을 걸어 이야기를 나누면 이름이 표시되는 필드 상의 NPC, 실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여러 서브 이벤트의 구성 등을 보면 제작진이 의도한 ‘이바리스’라는 세계의 이미지는 명백하다. 하지만, 살아 숨쉬는 세계를 만들려 한 그들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살아 숨쉬는 세계의 불편함만을 부각시키고 말았다. 섬세함에 의해 세세한 감동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묵직한 불편함에 덮여 감동은 쉽게 소실되어 버린다.


…그 위에 인간 중심의 메인 시나리오가 덮이면, 여러 종족이 살아 숨쉬는 이세계로서의 이바리스의 약동감 따위는 사후강직 상태나 다름없다.


주관적인 의견을 말한다면, FF XII는 미완성작이다. 이런저런 트러블에 의해 발매일이 많이 늦춰졌었다지만, 플레이 후 감상으로는 1~2년 정도는 더 다듬어서 내놓았어야 할 물건이다. 여러 가능성을 갖춘 시스템을 보여줬고, 흥미롭다 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내었지만, 어디까지나 거기까지. 개별적인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절대 높이 쳐 줄 수 없다.


엄청난 제작비와 제작기간, 그리고 입이 벌어질만한 유명 스텝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게임의 이러한 완성도에 대해, 의욕 과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너무 잔혹한 처사일까.


…뭐 문맥 구성상으로는 막바지에 ‘그래도~’ 로 시작되는 희망적 문구라도 하나 넣어줘야 하겠지만. 최근 스퀘어 에닉스의 행보에 대해서는 결코 좋은 소리를 해 줄 생각이 들지 않는지라. 미묘하지만 오늘 포스트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by 소영이아빠 | 2006/05/02 16:57 | 게임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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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듀얼배드가이 at 2006/05/02 17:27
음, 이거 진짜 MMORPG필이 나는군요, 보통 보스급 몹은 몇시간의 사투끝에 죽일수 있으니...

사담이지만 북미에서도 파판XI의 인기는 좋은거 같습니다, 이번에 나온 확장판이 거의 동났더군요, 저도 하나 구입한 >.>
Commented by 체이서 at 2006/05/02 17:31
마츠노씨가 병석에 누운 탓일까요......
Commented by 미스즈찡 at 2006/05/02 17:55
커맨드를 입력해야;;; (덜덜덜)
Commented by 藤崎宗原 at 2006/05/02 19:28
으음... 저는 언제나 시도는 해 보지만, 결과적으로 파판은 맞지 않는듯하더라고요...
그런데 몇시간동안의 전투라니... 도중에 죽으면 그 좌절이 대체...
Commented at 2006/05/02 19: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캡틴터틀 at 2006/05/02 20:12
...솔직히 오프닝만 보고 있습니다.
오프닝만은 감동이건만...
Commented by はなちん at 2006/05/02 20:38
약간은 이단아 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뭐 저는 그냥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냥 MMORPG하는 느낌? -ㅁ-;;)
Commented by watereye99 at 2006/05/02 20:50
설명을 들으면 들을 수록 XI 필이 나는군요, XI에서는 MMORPG에 콘솔 게임에서의 재미 요소를 멋지게 적용해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지만 XII에서 그 반대의 시도는 실패인가 보네요.
Commented by kykisk at 2006/05/02 21:03
개인적으로는 게임성을떠나서 파판이라는 타이틀은 매니아층의 게임에서 일반유저층의 게임으로 바뀌었다는 생각이들더군요..
뭐 6밖에 안해본저로서는 이젠 관심밖인게임이라...;
그나저나 히로인이 미망인이라는게 참 참신했던...;;
Commented by 폴리시애플 at 2006/05/02 21:36
이 글을 읽어보니까 안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1년전만 나왔어도 무조건 샀을텐데 기다리다 지쳐서 시들했을때 나와버려서 어쩌나 고민했었는데 안사는게 정답인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패미통 점수 40점이라는 것 때문에 악감정도 있었고(어이) 리뷰사이트들을 돌아다녀도 평가가 극단적이라서 우려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인가 보군요^^
Commented by 이메디나 at 2006/05/03 10:04
전 그냥 수동 입력합니다 ^^; 안누르면 하는 재미가 없죠. 초반부만 플레이한 상태라서 어떻다고 예기는 못하겠지만 아마도 두가지 특성을 너무 생각하면서 만들어서 그렇게 된거 같군요. 서로 상반된 부분들이 많은데...
Commented by BardD at 2006/05/03 10:33
기대신작이었는데... 허무하게 무너지는군요... 스퀘어 정도의 회사가 가진 노하우가 겨우 저 정도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판단미스? 게임 회사를 말아먹는건 역시 기획자들이로군요. (기획자 지망생)
Commented by 아키라 at 2006/05/03 16:12
왠만큼 큰 회사도 가끔 판단미스로 게임 말아먹는경우가 있죠
Commented by 진정한진리 at 2006/05/03 21:34
게임잡지에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게임이던데 이렇게 보니까 좀 색다르군요(....)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미오and마유오빠 at 2006/05/04 00:31
후 간만입니다.... 돌아오셨군요. 저도 블로그 부활이나 노려야 하는데--; 이거야 원 세파에 찌들어 살다보니 무지 힘들군요... 참고로 전 미쿠루 파입니다. (미나이데~ 의 표정이 아주 ...모에 모에)
Commented by arbiter1 at 2006/05/04 04:17
역시...AI가 너무 지능적이어도 문제가 되는군요.
Commented by 베지밀비 at 2006/05/04 23:47
으음..... 드랍된 몬스터의 신체 일부에서 마비노기가 떠올랐습니다.
으흠으흠; 마비는 적당히 해야 합니다 ㄱ-;;;;;;
Commented by 수령사마 at 2006/05/13 18:48
휴가 나와서는 2시간 정도밖에 플레이하지 못했던 터라...
흐음... 과연...
Commented by ASHLET at 2006/05/13 21:14
파판이라... 8편 이후로는 못해본...
Commented by 레고군 at 2006/05/20 15:28
자세히 들어보면 갬빗이라는거... 결국 온라인게임용 매크로와 다를바 없어보이기도 하는군요. 콘솔 RPG에서 노가다라...
Commented by 아키라 at 2006/05/22 11:39
해보진 않았지만 사람들 말 들어보면 그리 하고싶진 않..
p.s 저도 나가토파 /ㅅ/
Commented by 高原万葉 at 2006/05/24 01:05
전 하루히파...
Commented by 작은조각 at 2006/05/27 23:34
저도 나가토파 -ㅂ-/
Commented by 케이 at 2006/06/21 16:18
저는 나가토 -3-/
XIII 는 또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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